[수학 공부에 대한 오해] 2. 많은 문제를 풀면 실력이 는다?

29 4월 2013
Category: 수학 관련
29 4월 2013, Comments: 0

이 글은 [수학 공부에 대한 오해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가장 신경쓰는 것 중 하나가 얼마나 어려운 문제를 어느 정도나 많이 푸는가일 것입니다. 개념 교재의 문제를 풀고, 요즘 유행인 문제를 유형별로 나눈 문제집을 풀고, 더 심화된 교재를 사서 풀지요. 그래도 수학 실력이 늘지 않으면 제대로 안풀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틀린 문제를 맞을 때까지 풀어봅니다.

이런 공부 방법이 도움되는 학생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문제를 얼마나 많이 풀었느냐도 아니고, 어떻게 풀었느냐에 있습니다. 학생들 중 틀린 문제를 해설을 보고 공부한 후, 며칠 뒤 다시 풀리면 바로 풀어내는 경우가 있는데, 문제와 풀이, 또는 답까지 기억해내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문제와 풀이를 기억해서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수학 실력 향상에 아무 도움이 안됩니다.

인간의 두뇌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처럼 정보를 개별로 축적해놓지 않습니다. 정보란 다른 지식과 연계되어야 의미를 갖게 되고, 의미가 있어야 쓸모있는 지식이 됩니다. 즉, 처음 어떤 개념을 접해서 교재의 설명을 읽고 공부하는 것부터 문제를 푸는 것까지 모두 이 목표를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를 풀어서 맞추면 개념이 잡힌 상태로 여기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문제들을 일종의 디버깅 도구로 보아야 합니다. 교재의 설명을 읽고 어느 정도 자신만의 모델을 만들고, 자신이 갖고 있던 기존의 지식들과 연결고리를 충분히 만들고 나면, 이제 그렇게 세운 모델과 연결고리로 만든 구조물에 오류는 없었는지, 혹은 빼먹은 부분은 없는지를 살피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문제를 연구하는(단순히 답맞추는 ‘푼다’는 말과는 반대되는 뜻입니다.) 단계입니다.

상당수의 학생들은 답 맞추는 재미에 문제를 풀다보니, 단번에 자신있게 풀 수 있는 문제집을 선호하고, 답이 잘 안맞으면 재미없어합니다. 신기하게도 그런 재미에 문제를 푸는 학생들은 꽤 많은 문제를 소화해내는 것을 선호합니다. 공부한 느낌에 뿌듯해지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이렇게 문제를 활용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많은 문제를 푸는 만큼 수학 실력 향상에는 도움이 안되지요. 그 많은 문제들이 학생이 갖고 있는 수학 구조물을 향상시키는데 별 도움이 안되었으니까요.

저는 문제가 많은 문제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 문제집들은 비슷한 문제들이 많거든요. 같은 내용의 문제를 풀어야 하면 정말 지겹죠. 그래서 사람들과 스터디를 해도 가능하면 문제 수를 적은 것으로 선택하려고 노력하고 그나마도 가능하면 다 풀지 않는 편입니다. ㅎㅎ 그러면 어떤 문제를 푸느냐 하면, 덜 익숙한 문제부터 풀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덜 익숙하고 처음보는 문제들이 제가 알고 있던 것들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도록 하게 만들테니까요. 그리고 가능하면 뒷 스텝에서부터 시작하지요. 대부분 뒷 스텝의 문제는 여러 가지를 섞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를 풀면 두 가지 이상을 확인하게 된다는 얘기지요. 뭐 이러한 것은 학생의 선호도에 따라 달리해도 상관없는 얘기입니다.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 뿐이구요.

정말 중요한 것은 하나 하나의 문제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이전에 언급했듯,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이용해서 자신이 가진 수학적 모델, 혹은 지식을 재조명해보겠다는 생각으로 대해야 합니다. 예컨데, 문제를 어떻게든 풀어서 맞췄으면, “아싸!”하고 넘어가는 것(대부분 학생들의 자세지요)이 아니라, 그 풀이를 일반화시키는 시도를 해보는 것입니다. 문제에 따라 일반화시킬 수 있는 풀이는 가장 간단한 풀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한 풀이를 찾기 위해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학생들은 한 문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대해 ‘쓸데없는 시간 투자’로 치부하는데, 이러한 생각의 오류는 프로그래머와 일반인의 차이라는 그림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geeks-vs-nongeeks-repetitive-tasks

문제를 매번 새로운 유형처럼 푸느냐, 아니면 처음 어떤 문제를 대했을 때, 그 문제가 제시한 조건들의 작동원리를 파헤쳐서 그 유형은 다시는 다룰 필요가 없도록 만드느냐의 차이인데, 원리를 파헤치느라 보내는 시간을 ‘쓸데없는 투자’로 본다면 그 학생은 비슷한(물론 이 학생에겐 새로운 유형으로 보일 겁니다.) 유형의 문제 100개를 풀어서 원리를 아는 학생을 쫓아가야 하는 것이죠. 근데 누가 더 비효율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어 보입니까?

문제를 통해 자신의 지식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또 다른 대표적인 예는 직관적인 의미 파악입니다. 거의 모든 중고등 수학 내용은 직관적인 해석이 가능합니다. 아직 그만큼 추상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학생들이 도달할 수 없는 수준도 아닙니다. 다만 식으로 배운 내용을 직관적으로 해석해내려면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위의 일반화와 마찬가지로 직관적으로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 경우 공부의 효율이 굉장히 높아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직관적인 해석 자체가 기존의 지식과 연결고리를 많이 만들어내는데다 대부분의 직관적인 의미는 그림이나 그래프와 연결되는데, 이것은 문자로 나열된 식보다 훨씬 강력한 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네, 인지하셨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공부를 하게 되면 한 문제에 투자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지요. 저는 한 문제에 꽂히면 하루 종일 그 문제를 가지고 많은 작업을 합니다. 하지만 대신 적은 문제를 풀어도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연구한 문제는 다른 유형의 문제를 공부하는데도 도움을 줍니다. 또 한가지 이득을 덧붙이자면, 이렇게 공부하는 방식은 대학을 들어가도 역시나 응용되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출처] Hav fuN with Math 게시자: